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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ology 101: 바이러스학 개론 (The Basics)/1-2. 침투와 복제

독감과의 전쟁, 최후의 무기: 타미플루와 백신

by V-Analyst 2025. 12. 20.

앞선 글들을 통해 우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얼마나 교묘하게 변신하고(H/N), 얼마나 빠르게 퍼지며(비말),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사이토카인) 확인했습니다. 듣다 보니 "걸리면 정말 큰일 나겠구나" 하는 공포심이 생기셨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인류는 당하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는 바이러스의 발을 묶어버리는 치료제,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백신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개발해냈으니까요. 오늘은 이 두 가지 무기가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지, 그 치열한 반격의 과학을 알아보겠습니다.

 

 

1. 탈출구를 봉쇄하라! 타미플루의 작동 원리

독감에 걸렸을 때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는 하얀 알약, 바로 '타미플루(Tamiflu)'입니다. 많은 분이 이 약을 먹으면 바이러스가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 못합니다. 대신 바이러스를 세포 안에 '가둬서' 굶겨 죽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 052번 글에서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탈출할 때 '뉴라미니다아제(N)'라는 가위를 쓴다고 했었죠. 타미플루는 바로 이 가위의 날을 무디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약을 먹으면 타미플루 성분이 N 단백질에 달라붙어 가위질을 못 하게 막습니다. 결국 복제된 새끼 바이러스들은 세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옹기종기 갇혀 있다가, 수명을 다하거나 우리 면역 세포에게 잡혀먹히게 됩니다.

가위(N)를 고장 내는 타미플루
가위(N)를 고장 내는 타미플루

 

2. '골든타임 48시간'의 비밀

그래서 독감 치료에는 '48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이 아주 중요합니다. 타미플루는 이미 탈출해서 온몸으로 퍼진 바이러스는 잡을 수 없고, '이제 막 탈출하려는' 녀석들만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증식을 시작하고 48시간이 지나면, 이미 우리 몸속 바이러스의 숫자는 정점을 찍게 됩니다. 이때는 타미플루를 먹어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죠. 가둬둘 바이러스보다 이미 탈출한 바이러스가 더 많으니까요. 따라서 열이 나고 으슬으슬한 느낌이 든다면, "하루만 참아보자" 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이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3. 미리 보는 수배 전단지: 백신(Vaccine)

치료제가 사후 약방문이라면, 백신은 사전 예방책입니다. 백신의 원리는 우리 면역 세포들에게 바이러스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 전단지'를 미리 나눠주는 것과 같습니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화학 약품으로 처리해 죽이거나(불활성화 백신), 독성을 뺀 껍데기만 모아서 만듭니다. 이것을 주사 맞으면 우리 몸은 "? 적이 침입했다!"라고 착각하고, 이에 대항하는 '항체(Antibody)''기억 세포'를 미리 만들어둡니다. 나중에 진짜 살아있는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훈련된 면역 군대가 순식간에 제압해 버리죠.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성형수술(변이)을 해서 매년 수배 전단지의 얼굴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면역 훈련을 시키는 백신
면역 훈련을 시키는 백신

 

인플루엔자는 분명 무서운 적이지만, 우리는 그 적의 약점(N 단백질)을 알고 있고 방어법(백신)도 알고 있습니다.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 그리고 적절한 시기의 백신 접종만 있다면 우리는 이 겨울의 불청객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 이렇게 해서 인류를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많이 괴롭혀온 [인플루엔자 A] 시리즈 5편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페인 독감부터 타미플루까지, 독감의 A to Z를 알고 나니 조금은 든든해지셨나요?

다음 시리즈부터는 피부에 울긋불긋한 흔적을 남겨 시각적으로 더 공포스러운 녀석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Pathogen Archive] 두 번째 시리즈, '발진 및 피부 바이러스 10'의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전염력 끝판왕, '101. 홍역(Measles): 공기 중의 암살자'입니다. 숨만 쉬어도 옮는다는 이 무시무시한 녀석의 정체를 다음 글에서 밝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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