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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ology 101: 바이러스학 개론 (The Basics)/1-2. 침투와 복제

"트럭에 치인 것 같다"… 독감이 감기보다 훨씬 아픈 진짜 이유

by V-Analyst 2025. 12. 20.

겨울철이 되면 병원 대기실은 기침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개중에는 "그냥 감기가 좀 심하게 걸렸나 봐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꼭 계십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나면 깜짝 놀라죠. "감기가 아닙니다. 독감(인플루엔자)입니다."

많은 분이 '독감''독한 감기'의 줄임말 정도로 생각하지만, 둘은 원인 바이러스부터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질병입니다. 리노바이러스 등이 일으키는 감기가 '가벼운 잽'이라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독감은 '강력한 카운터 펀치'와 같습니다. 오늘은 왜 독감에 걸리면 단순히 기침만 나는 게 아니라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지,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쟁의 현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급성'의 공포

감기와 독감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속도'입니다. 감기는 콧물이 훌쩍거리다가, 목이 좀 칼칼하다가, 며칠 뒤에 열이 나는 식으로 증상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하지만 독감은 다릅니다. 어제저녁까지 멀쩡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열이 38~40까지 치솟습니다.

이것을 '갑작스러운 발병(Sudden Onset)'이라고 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증식 속도가 워낙 빨라서, 우리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고열 오한을 일으킵니다. 만약 "내가 언제부터 아팠지?"라고 묻는다면 감기일 가능성이 높고, "오늘 아침 9시부터 갑자기 아팠어!"라고 시간을 특정할 수 있다면 독감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감기와 독감의 증상 차이
감기와 독감의 증상 차이

 

2. 폐에서 싸우는데 왜 다리가 아플까? (전신 통증의 원인)

독감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근육통'입니다. "온몸을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 같다"라고 표현하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인플루엔자는 호흡기 바이러스인데, 왜 상관도 없는 팔다리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걸까요?

사실 이 통증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우리 몸이 내뿜는 '면역 물질'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터페론(Interferon)'이나 '사이토카인' 같은 강력한 신호 물질을 온몸에 뿌립니다. 이 물질들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근육을 분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하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 근육통이 심하다는 건 우리 몸의 면역계가 그만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3. 기도를 벗겨내는 파괴력과 합병증

독감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아프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합병증', 특히 폐렴 때문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우리 목과 기관지 안쪽을 덮고 있는 '점막 세포'를 아주 잔인하게 파괴합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섬모)이 달린 점막 세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인 '피부'가 벗겨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틈을 타서 평소에는 얌전하던 세균(폐렴구균 등)들이 폐 깊숙이 침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2차 세균성 폐렴'입니다. 독감 사망자의 대부분은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이후에 찾아온 이 세균성 폐렴 때문 에 목숨을 잃습니다. 독감이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파괴되는 기관지 점막 세포
파괴되는 기관지 점막 세포

 

결론적으로 독감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를 뒤흔드는 전신 질환입니다. 고열, 오한, 근육통이 동반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발병 48시간 이내라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등)가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서 묻어오는 걸까요? 재채기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튀어나오길래 전 학교가 휴교를 하게 되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인플루엔자 A의 놀라운 전파력과 이를 막기 위한 과학적 예방법을 다루는 '054. 전파경로/예방: 비말 감염과 마스크의 과학'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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