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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ology 101: 바이러스학 개론 (The Basics)/1-2. 침투와 복제

잘 놀던 아이가 밥을 거부한다면? 여름철 불청객 '수족구병'

by V-Analyst 2025. 12. 23.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비상이 걸립니다.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더니, 입안이 아프다며 좋아하는 간식조차 거부하고 엉엉 울기 시작하죠. 자세히 살펴보니 손바닥과 발바닥에 빨간 물집이 보입니다.

부모님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여름철의 악동, 바로 '수족구병(Hand, Foot and Mouth Disease)'입니다. 이름 그대로 손(), (), ()에 물집이 생기는 병이죠. 전염력이 어마어마해서 한 명이 걸리면 반 전체가 텅 비어버리기도 하는 이 지독한 바이러스, 도대체 왜 생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장 바이러스의 습격: 콕사키와 엔테로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범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주로 '장 바이러스(Enterovirus)' 패밀리에 속하는 녀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중에서도 '콕사키바이러스 A16''엔테로바이러스 71'이 주범입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덥고 습한 환경을 좋아해서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기승을 부립니다. 전파 경로는 아주 다양합니다. 감염된 아이의 기침이나 침(비말)은 물론이고, 물집에서 나오는 진물, 심지어 대변을 통해서도 옮습니다. 기저귀를 갈다가 손을 덜 씻거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같이 빨면서 순식간에 퍼지게 되죠. "형제가 걸리면 100% 옮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염력이 강해, 발병하면 즉시 등원을 멈추고 격리해야 합니다.

손, 발, 입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수포
손, 발, 입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수포

 

2. "목이 아파서 못 먹겠어요": 탈수와의 전쟁

수족구병의 가장 큰 특징이자 고통은 '입안의 수포'입니다. 손과 발에 난 물집은 가렵거나 아프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입안 혀와 볼 안쪽, 잇몸에 생기는 궤양은 끔찍하게 아픕니다.

마치 구내염이 입안 전체에 생긴 것과 같아서, 아이들은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평소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음식 거부를 하고, 침을 질질 흘리며 보채게 됩니다.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탈수(Dehydration)'입니다. 목이 아프다고 물조차 안 마시면 소변량이 줄고 처지게 되는데, 이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3. 약이 없다? 아이스크림이 약이다!

안타깝게도 수족구병 바이러스를 잡는 특효약(항바이러스제)이나 백신은 없습니다. 감기처럼 시간이 지나면(보통 7~10) 우리 몸의 면역력이 이겨내면서 자연스럽게 낫습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은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여주는 대증 치료제일 뿐입니다.

이때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처방은 바로 '차가운 음식'입니다. 뜨겁고 매운 음식은 입안을 자극해 고통을 줍니다. 대신 시원한 아이스크림, 차가운 우유, 요거트 등을 주면 입안을 얼얼하게 마취시켜 통증을 줄여주고, 탈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픈데 아이스크림을 줘도 되냐고요? 수족구병 때만큼은 아이스크림이 밥보다 낫습니다. ,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한 감염은 드물게 뇌수막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아이가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이나 구토를 호소한다면 즉시 큰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입안 통증을 달래주는 차가운 간식
입안 통증을 달래주는 차가운 간식

 

수족구병은 한 번 걸렸다고 끝이 아닙니다. 원인 바이러스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콕사키에 걸렸던 아이가 다음 달에 엔테로에 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최고의 예방책은 손 씻기장난감 소독 같은 개인위생뿐입니다.

, 이제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자잘한 물집 이야기는 접어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공포스러웠던, 그리고 인류가 최초로 승리했던 전설적인 바이러스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얼굴 전체를 곰보로 만들고 수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마마)'. 다음 글에서는 '141. 천연두(Variola): 인류가 박멸한 유일한 바이러스'에 대해 그 위대한 승리의 역사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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